정부여당에 최근 또 하나의 비상이 걸렸다. ‘제2차 민심이반’ 조짐 때문이다. 물가폭등이 서민-중산층의 허리를 휘게 만들면서 곳곳에서 불만의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두달 후면 물가상승 때문에 몇가지 업종은 치명타를 입을 것 같고 서민 생활경제는 상당한 정도의 타격을 입을 것 같다”고 강력경고를 한 바 있다. 실제로 그 직후 한나라당은 정부의 안이한 물가대책을 질타하며 긴급 대책마련을 촉구했고 정부도 즉각 외환시장에 수십억달러를 풀어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등 수출을 위해선 물가를 희생해도 좋다던 종전 정책을 180도 궤도 수정했다.
이처럼 정부여당이 뒤늦게 물가대란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나선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20%대 지지율 폭락의 핵심원인 중 하나가 물가폭등이란 사실이 여론조사 등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월간중앙’이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1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은 22.6%로 조사됐으며, 응답자들은 이 대통령의 최대 실정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과 물가폭등을 꼽았다.
물가폭등이 이처럼 국민적 원성을 산 것은 단지 물가가 올랐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의 계속된 말바꿈이 더 큰 원인이다. 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민생물가를 반드시 잡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했다. 그러자 기획재정부는 52개 품목을 중점관리하겠다고 밝혔고 특히 전기료 통신료 등 5대 품목은 도리어 가격을 내리겠다고 다짐했다.
자장면과 짬뽕이 500원 차이
지난 3월4일 한승수 총리 주재로 열린 첫 국무회의 결의사항도 바로 전기료 등의 인하였다. 하지만 실제로 하는 건 시쳇말로 ‘쇼’ 수준이었다.
요즘 중국집에 가면 목격할 수 있는 블랙코미디가 자장면 값이 짬뽕 값보다 500원 싸다는 것이다. 자장면은 52개 민생관리 품목에 들어가 있고 짬뽕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단속반이 나와 ‘자장면의 밀가루 원가가 얼마인데 이렇게 값을 많이 올리면 되냐’고 닦달하니 아예 자장면값을 500원 덜 받는 것이다. 중국집 주인도 비웃고 손님들도 비웃는 전형적 전시행정 물가안정 대책이다.
더 국민들을 화나게 한 것은 내리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전기료 등을 대폭 인상하겠다고 말을 바꾸고 나선 것이다. 애당초 국제유가, 원자재값이 폭등하는 마당에 내리겠다고 한 것 자체가 냉소거리였다. 아니나 다를까, 정부는 몇달도 안 지나 말을 180도 바꿔 두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대폭인상을 예고하고 나섰다. 며칠 전 남대문에서 만난 한 상인은 “어쩜 이렇게 일을 못할 줄이야”라고 탄식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남대문 시장에서 알아줄 정도로 열렬한 이명박 후보 지지자였다.
물가폭등이 국제유가, 원자재값 폭등의 불가피한 결과라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안다. 하지만 국민들을 더 화나게 하는 건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고 큰 소리 치면서도 실제로는 물가를 폭등시키는 정책을 거침없이 사용해왔다는 사실이다. 한 예로 취임초 성장을 외치던 이 대통령은 물가가 심상치 않자 물가가 더 중요하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었다. 그러나 며칠 지나 다시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장지상주의자인 강만수 경제팀은 보란듯이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수출이라도 잘 되게 해야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결과 전세계 통화 중에서 달러화 가치 폭락에도 원화는 더 휴지값이 되는 ‘나홀로 약세’가 나타났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왔다. 물가가 더블로 폭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민심 ‘브레이킹 포인트’ 직전
당연히 국민들 사이에선 몇몇 수출 대기업 잘되라고 국민들은 다 죽어도 된다는 거냐는 불만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나라당에선 난리가 났고 정부는 환율 끌어내리기로 정책 방향을 180도 선회했다. 말 그대로 갈팡질팡이다.
물리공학에 ‘브레이킹 포인트’라는 게 있다. 큰 선박에 짐을 용량 이상으로 계속 싣다보면 어떤 임계치에 도달하게 되고 그때 모래알 한알만 똑 떨어져도 배는 그대로 침몰한다는 것이다. 바로 지금이 민심이 ‘브레이킹 포인트’ 직전의 심각한 상황이 아닌가. 더 이상 시늉만 하는 물가대책을 펴다간 ‘물가폭발’에 분노한 국민들이 또다른 촛불을 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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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0 17:55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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